1994년, 펑크 부활과 종말의 해,OFFSPRING
세기말 펑크의 부활과 종언
artist OFFSPRING
title <Smash> 1994 Epitape.
members VOCALS & GUITAR : DEXTER HOLLAND
GUITAR : NOODLES
BASS : GREG K
DRUMS : RON WELTY
1994년, 펑크 부활과 종말의 해
그런지의 황제이자 펑크의 후예였던 NIRVANA의 리더 KURT KOBAIN의 자살은 단순한 락커의 요절로만 생각하기에는 너무도 그 의미가 컸다. 기세 등등하던 그런지어(Grungier)들도 뚜렷한 노쇠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는데, ALICE IN CHAINS는 잠정 해체 상태에 들어가고, PEARL JAM은 티켓 마스터와의 분쟁에서 헤어날 줄 몰랐던 것이다. 팬들의 가슴은 영원히 채워질 수 없을 것 같았고, 1994년 미국 락씬은 더이상 희망이 없는 듯했다.
그런데 바로 이 때 미국 락씬은 전혀 뜻밖의 대체 세력을 맞이하게 된다. 이들은 바로 GREEN DAY와 OFFSPRING으로 대표되는 신종 펑크 밴드들이었다. 대체 세력이라고 해서 이들이 딱히 시애틀 그런지-얼터너티브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뜻은 아니다. 적어도 세일즈 면에서는 그랬다. 장사가 되는 새로운 스타의 출현이었던 것이다. 어차피 NIRVANA를 포함한 시애틀 그런지 밴드들의 음악적인 뿌리가 펑크에 있는 이상, NIRVANA 이후 펑크 밴드들의 폭발적인 성공은 당연한 귀결이 아니겠느냐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1990년대 미국의 젊은 세대는 과거와는 달랐다. 즉 과거 펑크 밴드들이 노동자와 소외받는 계층의 시각을 대변하며 젊음의 분노와 저항을 표현해 주던 수단이었던 반면 1990년대 신종 펑크 밴드들은 개인적 권태와 불안, 고민을 노래하면서 단순한 하나의 재미있는 유행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기막힌 아니러니가 아닌가?
아무튼 1994년은 OFFSPRING과 GREEN DAY의 해였다. 미국 내에서만 50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앨범 제목 그대로 SMASH 히트를 기록한 OFFSPRING은 일개 인디 레이블에 불과하던 EPITAPE를 돈방석에 올려놓은 주인공이었다. 이번 회에 GREEN DAY의 <DOOKIE>가 아닌 OFFSPRING의 <SMASH> 앨범을 다루게 된다는 점에 대해서 다소의의를 제기할 사람도 있겠지만 OFFSPRING이 더욱 더 강력한 인디 정신을 고수했다는 점과, 다른 EPITAPE 소속 밴드들과 함께 논의될 만한 하나의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SMASH> 앨범이 선정되게 되었다.
OFFSPRING, 스피드의 승부
OFFSPRING은 GREEN DAY에 비해 더욱 더 사운드가 조악하다는 점에서, 또 철두철미한 인디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별성을 갖는다. 이들의 히트를 가장 당혹스럽게 받아들인 것이 다름아닌 OFFSPRING 맴버들 자신이었던 것이다. OFFSPRING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EPITAPE 레이블에 대해 살펴보아야 한다. 87년 BRETT GUREWITZ가 마약을 끊으면서 BAD RELIGION의 레코드를 발매하기 위해 설립한 레코드 레이블이 바로 EPITAPE였다. 93년에 이르러 EPITAPE 레이블은 1500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일개 창고 레코드사의 한계를 뛰어넘기 시작하는데, 이는 BAD RELIGION의 영향을 독자적으로 수용해 낸 OFFSPRING과 NOFX, PENNYWISE, RANCID 등 걸출한 밴드들의 활약 덕분이다. 그러나 역시 EPITAPE 성공의 절정은 OFFSPRING의 <SMASH>앨범이었다. 16번 이상 골드를 기록한 OFFSPRING의 <SMASH>앨범은 그야말로 EPITAPE을 비약적으로 도약시키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LA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한 EPITAPE 밴드들 대부분이 정통 펑크가 아닌 BAD RELIGION식 펑크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레코딩이 BRETT GUREWITZ 소유의 WEST BEACH STUDIO에서 이루어졌고, 또 그가 직접 프로듀서 했던 점을 생각하면 이해가 가기도 한다. EPITAPE 밴드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공격적이고 스피디하며 어딘가 메마른 사운드는 다름아닌 BAD RELIGION에게서 비롯된 것이었다. OFFSPRING의 사운드 역시 이러한 측면을 도외시하고는 올바로 파악될 수 없는 것이다.
멜로딕 펑크라는 용어가 일본 락매거진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유포되었는데, 필자의 견해로는 그러한 명칭은 OFFSPRING에게는 그다지 적절한 것 같지 않다.(물론 OFFSPRING의 히트곡인 <COME OUT AND PLAY> 따위를 들어보면 어느 정도 멜로딕한 감이 살아있기는 하다. 그러나 GREEN DAY와는 달리 OFFSPRING은 전혀 달콤하지 않다.) 뭐니뭐니해도 OFFSPRING의 사운드를 말할 때 핵심적인 바는 바로 '스피드'인 것이다. 리듬이고 멜로디고 하는 것들은 OFFSPRING에게는 그야말로 부수적인 요인에 불과하다. 대서양 저쪽의 펑크 종주국에서 들려주는 사운드는 스피디한 연주보다는 리드미컬한 감에 치중하는 데 반해 이들의 사운드는 오로지 스피드에만 무게를 싣고 있다. <GENOCIDE>같은 곡을 들어보면 OFFSPRING식 사운드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데, 그 단순한 코드 진행하며 무지막지하게 몰아 부치는 연주는 OFFSPRING만의 매력인 것이다.
<SMASH> 리뷰
그 이름처럼 스매쉬 히트를 기록한 앨범 <SMASH>는 아마도 OFFSPRING 최초이자 최후의 대중적 성공작일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 앨범은 OFFSPRING 사운드의 매력이 매우 명료하게 드러나 있다. 촌스러운 인트로인 <TIME TO RELAX>에서 <COME OUT AND PLAY>의 멜로디가 우스꽝스럽게 등장하는 히든 트랙에 이르기까지 인디 밴드로서의 OFFSPRING의 생동감과 거친 질감이 여실히 배어난다. 소규모 라이브 무대에서나 느낄 수 있을 법한 에너지로 가득하다. 아무튼 OFFSPRING의 <SMASH>앨범을 감상할 때는 잠시 화려한 플레이나 심각한 사회 의식에 대한 기대는 접어두기로 하자. 단순히 듣고 즐기라. 이 이상의 배려는 있을 수 없다.
앨범을 플레이어에 걸어 놓으면 장난스러운 나레이션 <TIME TO RELAX>가 흘러나온다. 90년대 펑크의 진수를 기대하던 이였다면 어리둥절해질 수밖에 없다. 짧은 인사말이 끝나고 나면 곧바로 드럼의 난타와 함께 기승전결 따위는 가볍게 무시되고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두 번째 곡 <NITRO (YOUR ENERGY)>가 그야말로 전격적으로 시작된다. 그 마구 치달아가는 진행은 OFFSPRING 곡의 전형을 보여준다. 2분 27초라는 역시 펑크다운 짧은 러닝타임이다. '우리는 매일 총의 위험 속에서 살고 있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넌 그냥 가버릴 수도 있는 거야. 그러니 내일이란 없는 것처럼 오늘을 살아야 돼' 같은 가사는 90년대 청년들의 정서를 의미심장하게 대변해 주고 있다. 다음 곡 <BAD HABIT>은 긴장감이 감도는 베이스 인트로로 시작된다. 긴장하기도 해야 하는 것이, 앞지르기 해서 끼어드는 놈을 총으로 싸갈겨주겠다는 극히 뒤틀린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GODDAMN, MOTHER FUCKER' 따위의 욕설이 종횡으로 난무하기 때문. 이펙트가 걸린 기타음이 곧 이어 깔리고 DEXTER HOLLAND의 메마른 보컬이 잠시 흐른 후 곧이어 보컬의 고함과 함께 엄청나게 사운드가 증폭되고 곡은 또다시 질주하기 시작한다. 특유의 스피드감은 물론 메틀적인 감각도 살아 있어 이래저래 국내 팬들에게는 호소할 만한 곡이다. 그럼 그 유명한 이 곡의 가사를 보자.
BAD HABIT - 나쁜 습관
이봐, 내가 비정상 같아?
난 내 총처럼 아주 아주 정상적이야
(기계처럼 아주 아주 잘 길들여져 있지)
근데, 차안에 있을 땐 말야
사소한 일에도 난 불같이 성질을 내 버려
(빌어먹을, 나에게 중요한 일 같은건 없어진지 오래야!)
난 차선을 짤 지키지
(난 사회제도에 끌려 다녀)
근데 끼어 들기를 당하면 난 미쳐버려, 하!
(성공이나 할려고 아첨이나 하는 비열한 새끼들!)
운전석 서랍을 열고
손을 뻗어서
이 빌어먹을 놈의 차를 박살내 버리지!!!
(꺼져버려라 비열한 것들!)
난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는 거 같애
(내가 보기엔 좋은 생각 같지만 말야)
뽀개버리는 거 말야
맞어, 분명히 나쁜 습관이 있어.
(흠. 영원히 이 습관이 없어지지 않기를!)
그리고 절대 이 습관은 없어지지 않지.
(맞어,나는 이런 생각에 중독되 버렸어)
흠. 도로는 위험한 곳이라던데
(세상이란 게 그런 거지.)
날 건드리면 위험해 질걸?
(날 다른 사람과 똑같이 보지마.)
넌 바람 앞의 촛불이야
(아무리 내 앞에서 재봐야 넌 하찮은 존재야.)
다음 번 숨쉴 땐 넌 없어지게 될거야.
(너도 죽기밖에 더 하겠어?)
운전하는 놈들은 거칠어
(성공하려면 거칠 것이 없지)
빌어먹을 행동만 하지
(맘에 안 드는 것들)
근데 이상하게 내가 총을 보여주면 말야
상황이 묘해져.
난 신이 된 거 같애
(난 언제나 이 빌어먹을 세상을 바꿀 무기를 갈구하지)
YOU STUPID DUMBSHIT GODDAM MOTHERFUCKER !!!!!
서랍을 뒤져서
(내 정신은)
총을 찾아
(무너지지 않아!!!)
이 빌어먹을 자식의 차를 박살내버릴 거야!!!!!!!
(내 눈 앞에는 네 파멸이 보여!)
최근 아메리카나를 발표한 offspring 그러나 당연하게도 별 변화는 없다 정신없이 시끄럽게 몰아치기만 하던 앨범이 유연하게 미드 템포의 리드미컬한 사운드로 이행되는 <GATTA GET AWAY>는 <SMASH> 앨범 내 손꼽히는 멋쟁이 싱글이다. 착착 아기자기하게 전개되어 가는 곡의 흐름이 뛰어나다. 가만히 듣고만 있어도 들썩들썩하게 만드는 흥겨운 넘버이다. 드럼의 유쾌한 비트와 기타의 펑키한 리프는 어딘가에서 들어본듯 한 기분도 들지만 아무튼 매력 만점이다. BAD RELIGION 식 펑크가 지겨운 사람이라도 이 곡에서만큼은 OFFSPRING을 색안경 없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어지는 5 번째 트랙은 <GENOCIDE>. 이미 위에서 지적했듯이 이 곡은 앨범 내에서 여러 모로 많은 점을 시사해 주고 있는 트랙이라 할 수 있다. 다짜고짜 거친 기타음으로 시작해서 드럼의 연타와 함께 마구 질주하는 곡인데, 멜로우한 리프 자체는 상당히 귀에 익은듯 하면서도 촌스럽다. 마치 80년대 유럽 메틀을 듣는 기분이다. 좀더 가깝게 쳐줘도 X-JAPAN 초기 앨범에서나 들어볼 수 있는 스타일이다. (<WEEKEND> 시기.) 앨범 인트로의 목소리가 잠깐 비치고 나서 이어지는 곡 <SOMETHING TO BELIEVE IN>은 윗곡의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지는 넘버. 특히 재미있게 들어볼 만한 구석은 코러스 부분. 잔뜩 메마른 목소리로 코러스를 넣다보니 되는 대로 질러대는 아마츄어같이 들린다. 스피드감만큼은 뒤질 것이 없는 신나는 넘버이다.
유머러스한 드럼 인트로와 '그 자식들을 따돌려야 돼' 하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7 번째 트랙 <COME OUT AND PLAY>는 이 앨범의 실질적인 핵심이 된다. 이 곡의 중동풍 리프는 양념과도 같은 것으로 귀에 익숙한 사람이 적지 않을 듯. 탄력이 넘치는 리듬과 잘 짜여진 구성이 곡을 꽉 채우고 있다. 무기(즉 권총)을 가지고 학교에서 뛰쳐나오는 아이들의 유행을 이야기하고 있다. 비디오 클립을 보면 예상대로 시시하여 B급 수준이다. 다음 곡 <SELF ESTEEM>은 NIRVANA 고의 곡 <SMELLS LIKE TEEN SPIRIT>의 패러디이다. 리프나 구성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데, 확실히 이 노래는 원곡에 비해 답답하고 지루하다는 느낌을 준다. 미국에서는 이 곡도 싱글 커트되어 빌보드에서 호성적을 거두었는데, 어찌보면 이것은 결국 당시 OFFSPRING 인기의 반증이다.
다음 곡에서 다시 앨범은 특유의 마구 치달아 가는 스피디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IT'LL BE A LONG TIME>나 <KILLBOY POWERHEAD>나 모두 전형적인 BAD RELIGION식 OFFSPRING 사운드를 들려주는 스피디한 넘버. 주목할 만한 13번째 트랙 <WHAT HAPPENED TO YOU? >는 이래저래 국내팬들의 호응을 얻었던 신나는 스카 리듬의 곡이다. 요새도 가끔 TV에까지 곧잘 흘러나오는 곡인데, 이 곡은 OFFSPRING 특유의 스타일로 보기는 어렵지만(오히려 이런 스타일의 곡들은 같은 소속의 밴드 RANCID에게서 자주 들어볼 수 있는 것이다) 천편일률적으로 스피드만 쫓아가던 앨범의 흐름 상 매우 적절한 변화를 주고 있기도 하다. 12번째 곡인 <SO ALONE>, 13번째 곡 <NOT THE ONE>, 그리고 마지막 넘버이자 타이틀 곡인 <SMASH>는 또다시 마구 질주하는 신나는 넘버들이다. 마지막 곡인 <SMASH>가 끝나면 <COME OUT AND PLAY>의 유명한 인도 중동풍의 리프가 느릿느릿하게 히든 트랙으로 흐르면서 앨범이 끝난다.
이번 OFFSPRING의 앨범은 GREEN DAY의 <DOOKIE>와 함께 1994년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기억할 만한 작품이었다. 물론 어떤 뚜렷한 트랜드를 만들어 내거나 새로운 대안 세력으로 자리잡는 데는 실패했지만 1990년대 락의 흐름에 있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발자취를 남겨 놓은 것이다. (요새 우리 나라 인디 밴드들이 거의 펑크 취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건 또 무슨 연유에서일까? ) 아무튼 1990년대 락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필수 수집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혹시나 OFFSPRING의 <SMASH> 앨범을 듣고 밤잠을 설칠 정도로 반해버리는 사람이 있다면 서슴없이 EPITAPF 소속 펑크 밴드들의 컴필레이션 앨범인 <PUNKORAMA>를 추천한다. (아마 이 앨범을 듣게 되면 EPITAPF 스타일 펑크에 대해서는 Sick & Tired 하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하도 이곡 저곡이 똑같아서. 밤잠도 잘 오게 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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