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ROCK 중흥의 기수 R.E.M.
절망과 고뇌, 상실과 죽음의 심포니
R.E.M.
artist R.E.M.
title <Automatic for the People> 1992 Warner Music.
members VOCALS : MICHAEL STIPE
GUITARS : PETER BUCK
BASS : MIKE MILLS
DRUMS : BILL BERR Y
90년대 ROCK 중흥의 기수 R.E.M.
R.E.M.은 이미 우리 시대의 전설적 밴드가 되어버렸다. NIRVANA의 죽은 리더 KURT COBAIN이 가장 존경해 마지않던 밴드가 R.E.M.이였다는 사실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미국의 수많은 얼터너티브 밴드들에서부터 영국의 RADIOHEAD에 이르기까지 가장 영향을 받은 밴드이자 존경하는 존경하는 뮤지션으로 R.E.M.을 꼽는다. 어쨌든 R.E.M.을 얼터너티브의 선조로까지 간주하는데 필자로서도 정확히 어떤 이유 때문에 그러한 평가가 내려지는지 확신할 수는 없다. 음악적으로도 R.E.M.은 90년대를 뒤덮어버린 얼터너티브 밴드들과는 확연히 다른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아마도 R.E.M.이 얼터너티브의 비조로서 평가받는 이유는 그들이 오랜 세월동안 고집스럽게 견지해온 태도에 있을 것이다.
밴드의 초기에서부터 R.E.M.은 당시의 주류와는 다른 노선을 걸었다. 언더그라운드에서 R.E.M.의 입지라는 것은 부동의 것이었다. 진지하게 들려주는 사회적 메시지들은 신선한 충격이기도 했다. 예술적 독창성과 신념을 고수하고 끊임없이 변모하면서 훌륭한 앨범들을 창조해 내는 R.E.M.의 자세 그 자체가 후배 뮤지션들에게 귀감이 되었고, 하나의 모범적 지침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R.E.M.의 살아있는 신화
R.E.M.의 발자취는 한마디로 역사 그 자체이다. R.E.M.이 최초 대학 방송국을 통한 대학가의 지지에서 출발하여 곧 대중적 클래스로 부상한 것은 이후 얼터너티브 밴드들에게 좋은 선례가 되었다. (COLLECTIVE SOUL의 <SHINE>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최초 R.E.M.은 81년 싱글 <RADIO FREE
EUROPE>을 발표하고 인디레이블인 I.R.S.사와 레코드 계약을 체결, 1982년 첫 미니앨범인 <CHRONIC TOWN>을 발매한다. 대학가의 인기를 바탕으로 R.E.M.은 연이어 1983년 정식 데뷔 앨범이라고 할 수 있을 <MURMUR>을 내놓는다. 이 앨범은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던 MICHAEL JACKSON의 <THRILLER>를 제치고 ROLLING STONE지 평론가 투표에서 그 해 최고의 앨범으로 선정됨으로써 R.E.M.이란 밴드의 독창적 예술성과 잠재력을 과시한다. 계속해서 앨범인 <RECKONING>, <FABLES OF THE RECONSTRUCTION>, <LIFE'S RICH PAGEANT>, <DOCUMENT> 등을 발매한 R.E.M.은 1987년 밴드 최초의 플래티넘 앨범으로 기록된 <DOCUMENT>를 통해 이후 밴드의 모든 앨범을 프로듀스하게 되는 SCOTT LITT와 인연을 맺게 된다. (SCOTT LITT는 훗날 NIRVANA의 UNPLUGGED ALBUM을 프로듀스한 유명한 인물.) <DOCUMENT> 발매 후 인디레이블의 한계를 절감한 R.E.M.은 소속을 WARNER로 바꾸게 되고 밴드의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가 강하게 담긴 앨범 <GREEN>을 내놓는다. 당시 싱글 <STAND>의 성공은 밴드의 이름을 널리 알려지게 하는 역할을 했다.
WARNER 레이블에서 발매된 두 번째 앨범이자 7번째 정규 Full-Length 앨범인 <OUT OF TIME>은 그야말로 R.E.M.을 세계적인 밴드로 도약시킨 위대한 앨범이었다. 편의적으로 볼 때 이 앨범 이후 R.E.M.은 새로운 음악적 시기를 맞는다.
이 시대는 R.E.M. 팬들 사이에 최고의 앨범으로 지적되는 작품들이 양산된 때이기도 하며, 상업적으로도 엄청난 성공을 거듭하게 되는 기점이기도 하다. 우선 메시지의 측면에서 환경 문제라든지, 정치적 비판의 목소리가 주조를 이루었던 이전 시기와는 달리 사랑, 죽음, 소외, 상실감 등 보다 인간의 근원적인 면이 노래되어졌다. 또 사운드의 측면에서도 어쿠스틱 경도가 명백해지는데, 두터우면서도 침울한 하나의 미학이라고까지 부를 만한 R.E.M.의 사운드가 완성되고 만 것이다. <OUT OF TIME>으로 R.E.M.은 미국에서만 400만장 이상을 팔아치우며, 당시 11주 1위의 기록을 세우던 머라이어 케리의 앨범을 제치고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을 석권하면서 일대 파란을 불러 일으킨다. 앨범의 이름 '시대에 뒤떨어진' 은 하나의 위대한 역설이 되었다. R.E.M.의 거의 모든 앨범이 그렇듯이 <OUT OF TIME>에는 딱히 빼놓을 곡이 없다. 즉 모든 곡들이 좋다. 그 중에서도 싱글 커트 된 흥겨운 곡 <RADIO SONG>과 탄력적인 기타 사운드가 일품인 LOSING MY RELIGION>, 맑은 이미지로 넘실대는 <SHINY HAPPY PEOPLE>은 반드시 들어봐야 할 넘버들이다.
1990년대 락의 최대 성과작 <AUTOMATIC FOR THE PEOPLE>
1992년작 <AUTOMATIC FOR THE PEOPLE>은 1990년대 ROCK이 거둔 최고의 작품이라고 하기에 무리가 없다. 일단 <OUT OF TIME>의 어쿠스틱 취향을 심화시켜 R.E.M. 사운드의 정점을 이룩해 내었다. 만돌린, 첼로, 비올라, 바이올린 등 현악기를 폭넓게 사용하여 품격있는 사운드를 창출해 낸 것이다. 다음으로 가장 눈길을 끄는 점은 앨범 전체가 완벽하게 컨셉트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제가 주제인 만큼-죽음, 가치관의 상실, 고독, 소외-전곡을 무겁게 감싸고 있는 분위기, 곡 하나 하나에서 절절이 배어 나오는 절망과 고뇌의 그림자가 완벽하게 앨범 전체를 하나의 호흡처럼 관통하고 있다. 그래서 이 앨범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첫 곡부터 끝 곡까지 순서대로 듣는 편이 좋다. 또 하나, 꼭 지적해두지 않을 수 없는 점이 있는데, NIRVANA나 PEARL JAM식의 분노와 충동의 분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R.E.M.의 전혀 하드하지 않은 이 시기 사운드는 다소 이질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서의 측면에서 R.E.M.은, 특히 이 앨범 <AUTOMATIC FOR THE PEOPLE>은 시애틀 그런지 밴드들과 연장선상에 있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즉 NIRVANA나 PEARL JAM이 좌절과 고통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심정을 그리고 있다고 본다면-다소 편의적이고 도식적인 정의일지라도-R.E.M.의 <AUTOMATIC FOR THE PEOPLE>은 그러한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이 가라앉고 난 후의 상실감과 허무함을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NIRVANA를 비롯한 시애틀 그런지 밴드들의 음악을 물리게 듣다가 마지막에 R.E.M.을 들으면 한줄기 빛과도 같은 구원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 앨범 각 곡에 대한 리뷰로 넘어가도록 하자. 오프닝을 맡은 첫 곡 <DRIVE>는 앨범의 성격을 명확히 드러내주는 훌륭한 트랙이다. 어두운 기타 인트로로 차분히 곡이 시작된다. 우울하면서도 자조섞인 MICHAEL STIPE의 보컬은 앨범 초반부터 듣는 이를 한없이 가라앉게 한다. '아무도 무엇을 해야 할지 가르쳐 주지 않고, 아무도 어디로 가야 할지 말해 주지 않는' 고독한 심경을 노래하고 있다. R.E.M. 특유의 감성적인 사운드가 다채로운 현악과 함께 곡을 충만시키고 있다. 이어지는 트랙인 <TRY NOT TO BREATHE>는 마치 스코틀랜드의 민요를 듣는 듯한 사운드를 내고 있다. 우울하게 고통스러운 자조를 되풀이하던 것이 첫 곡 <DRIVE>였다면 <TRY NOT TO BLEATHE>는 아련한 기억의 근원을 돌이키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곡이다. 사운드는 더없이 안정감있고 두텁다.
다음 곡에서 분위기는 일단 전환되는데, 이 앨범에서 흔치 않은 업템포의 곡 <THE SIDEWINDER SLEEPS TONITE>이다. 전 앨범의 <LOSING MY RELIGION>을 좋아했던 팬들이라면 매우 반가운 곡일 것이다. 세련되고 탄력감이 느껴지는 트랙이다. 곡의 후렴부에 매력적으로 되풀이 되는 'Call me when you try to wake her up'은 매우 빨리 노래되고 있어서 얼핏 들으면 무슨 소린지 알 수 없을 정도. 4번째 트랙은 이 앨범의 최대 히트 싱글 <EVERYBODY HURTS>. 가녀린 어쿠스틱 사운드와 애잔한 느낌이 일품이다. R.E.M.의 말을 빌자면 그냥 듣기만 해도 눈물이 흘러나올 것같은 감상적인 곡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 밴드의 의도라고 하는데, 그 의도는 충분히 충족된 것같다. 거의 클래식 수준의 사운드를 만들어 내고 있다. 멜로디 자체도 대중에게 어필할 소지가 다분해서, R.E.M.에 무지한 국내 팬들조차 이 곡을 들으면 '아, 이곡! '하면서 반색을 할 만큼 귀에 익은 곡일 것이다. 이 곡에 있어서 R.E.M.은 미학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반드시 들어봐야 할 곡이다. 다음 곡은 곡 제목 그대로 INSTRUMENTAL이다. <NEW ORLEANS INSTRUMENTAL NO.1>이라는 트랙인데, 2분 16초의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무한한 깊이를 담고 있는 곡이다. <OUT OF TIME>에서 <LOW>를 연상하게 하는 우울한 단조의 분위기인데, 그윽한 도취감마저 느껴질 정도이다.
첼로의 인상적인 인트로로 시작되는 6번째 곡 <SWEETNESS FOLLOWS>는 죽음과 단절감이라는 주제에 걸맞는 무거운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앨범 전체에서 가장 우울한 감상이 잘 살아 있는 곡이고, 황량해진 영혼을 진혼하는 느낌을 준다. MICHAEL STIPE의 목소리는 허무하게 낮은 음역대를 오간다. 곡의 완성도의 측면에서도 앨범 내에서 수위에 꼽힐 만한 넘버이기도 하다. 이어지는 곡은 <MONTY GOT A RAW DEAL>이다. 이 곡에서부터 앨범의 정서는 일변하여 분노하지 않는 가운데 격정적인 감상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 곡은 어쿠스틱 기타의 인상적인 멜로디로 시작되어서 드럼의 연타와 함께 다소 템포가 빨라지는 곡의 구성을 취하고 있다. <MONTY GOT A RAW DEAL>의 감상이 효과적으로 고양되고 있는 다음 곡 <IGNORELAND>는 3번 트랙 <THE SIDEWINDER SLEEPS TONITE>처럼 업템포의 곡이지만 그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지성파 밴드 R.E.M.이라는 평가가 수긍이 갈 만큼 사회적인 비판과 분노의 메시지를 노래하고 있다. 9번째 트랙 <STAR ME KITTEN>에서 우울한 정서는 감당해 내기 어려울 정도로 절정을 이룬다. MICHAEL STIPE는 앨범 전체를 통해 가장 어둡고 가라앉은 저음의 보컬을 들려주고 있다.
10번째 곡은 <AUTOMATIC FOR THE PEOPLE>의 히트 싱글 중 하나인 <MAN ON THE MOON>이다. 이 곡에서부터 후반부의 세 곡은 모두 어쿠스틱 시기 R.E.M. 사운드의 최고 걸작으로 꼽힐 트랙들이다. 잔잔하면서도 풍요로운 사운드는 그 이상을 논하기 힘들 정도이다. 편안하고 따뜻한 꾸밈없는 정서가 듣는 이를 감동시킨다. 'Yeah, yeah, yeah, yeah' 하는 후렴구도 독특한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다음 곡 <NIGHTSWIMMING>은 연주에 앞서 음색을 가다듬는 오케스트라의 잼과 함께 시작된다. 앨범 전체를 통해 가장 클래시컬한 느낌이 부각되는 명곡이다. 사운드의 뼈대가 되고 있는 피아노는 쉽사리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발산한다.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채 한밤중에 수영을 한다는 로맨틱한 상황 설정도 감성을 자극한다. 상실되고 소멸 되어가는 것들에 대한 애달픔, 지나간 사랑의 지워지지 않는 상흔을 노래하고 있다. R.E.M.의 인기는 영국에서도 대단한 편인데, 이 곡도 UK 차트에서 싱글 커트되어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아름다운 서정을 들려주던 앨범은 12번째 곡 <FIND THE RIVER>로써 막을 내린다.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숨은 R.E.M.의 명곡 중에 하나. 거리를 바라보며 눈 앞에 스치는 풍경들을 하나하나 뇌리에 새겨두면서 떠나가는 내용의 가사는 쓸쓸하다. 그러나 모든 것이 끝나버린 후의 담담함, 허무함도 짙게 배어난다.
이야기되지 않은 몇 가지
지금까지 R.E.M.의 <AUTOMATIC FOR THE PEOPLE>에 대해 소개해 보았다. 변화야말로 R.E.M.의 확실한 DNA라는 말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질 만큼, R.E.M.은 꾸준히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여준 밴드였다. 따라서 어쿠스틱 시대의 R.E.M.의 명반 하나를 소개했다고 해서 R.E.M.의 전체상이 규명된 것은 아닐 것이다. <AUTOMATIC FOR THE PEOPLE>의 바로 후속 앨범인 <MONSTER>에서 밴드는 그동안 시도해 왔던 어쿠스틱 지향을 뒤로 하고 하드한 일렉트릭 사운드로 이행했다. <MONSTER>역시 이미 훌륭한 앨범임이 확인된 상태고 가장 최근작인 <NEW ADVENTURE IN HI-FI> 역시 밴드의 뛰어난 작품임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므로 R.E.M.을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면 밴드의 다른 앨범들도 함께 들어보길 적극 권한다. 모든 앨범을 상대할 만한 진정한 아티스트는 정말 흔치 않다.
DISCOGRAHY
<CHRONIC TOWN> 1982. MINI-LP
<MURMUR> 1983
<RECKONING> 1984
<FABLES OF THE RECONSTRUCTION> 1985
<LIFE'S RICH PAGEANT> 1986
<DOCUMENT> 1987
<DEAD LETTER OFFICE> 1987 COMPILATION ALBUM
<GREEN> 1988
<EPONYMOUS> 1988 COMPILATION ALBUM
<OUT OF TIME> 1991
<AUTOMATIC FOR THE PEOPLE> 1992
<MONSTER> 1994
<NEW ADVENTURE IN HI-FI>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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