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ARL JAM(펄 잼)의 <Ten> <Vs.>
PEARL JAM
artist PEARL JAM
title <Ten> <Vs.>
member VOCALS : EDDIE VEDDER
LEAD GUITARS : MIKE MCCREADY
GUITARS : STONE GOSSARD
BASS : JEFF AMENT
DRUMS : JACK IRONS
단 한 장, 한 곡의 성공, 그러나 솔직히 그 이상을 보여줄 여력도 재능도 없는 뮤지션들이 우리 주위에는 너무나도 많다. 거칠게 항의하는 팬이 있을지 몰라도 GREEN DAY가 <DOOKIE> 이상을 보여줄 수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면 WEEZER는?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PEARL JAM처럼 끊임없이 변모해 가며 계속 문제작들을 창출해 내는 밴드를 만났을 때 느끼는 기쁨은 배가 된다. 이번 연재에서 나는 전체의 연재를 감안할 때 약간의 파격을 감행하기로 했다. 일단 연재의 기조를 유지해 가는 선에서 <TEN>의 경우에는 전처럼 전곡을 소개하도록 하겠고, <VS.>의 경우에는 중요한 몇 곡을 골라 소개하겠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PEARL JAM이라는 그룹 자체가 어떤 변화와 성장을 거듭하는 유기체적인 존재라는 사실-따라서 한 장의 앨범만을 다루어서는 결코 그들의 전체상을 그려낼 수 없었다. 아니, 솔직히 털어놓자면 필자로서도 도저히 PEARL JAM의 앨범을 선정하면서 <TEN>, <VS.> 에서 더는 선택을 좁힐 수 없었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필자가 얼터너티브 계열의 그 어떤 밴드들보다 PEARL JAM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오해도 분명히 있으리라고 안다. 그러나 단순히 이것은 개인적인 한계쯤으로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시대의 밴드 PEARL JAM
한국 락팬들에게 PEARL JAM은 전혀 '어필'하지 못했다. 심지어는 NIRVANA의 아류 밴드쯤으로 평가 절하되는 기막힌 일까지 자행되어 왔다. 왜일까? 해답은 물론 PEARL JAM이라는 밴드가 견지하는 음악적 색채가 한국 락팬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는 점에 있는 것같다. NIRVANA에 비해 PEARL JAM에게서 강하게 배어 나오는 정통 아메리칸 하드락의 냄새, 바로 이것이 한국 락팬들에게 PEARL JAM이 먹혀들지 않은 가장 큰 요인이다. HOOTIE AND THE BLOWFISH가 현지에서 1500만장을 돌파하는 경이로운 판매고를 올리며 한창 캐쉬박스가 되고 있을 때 한국 시장에서는 철저히 외면당하던 기억과도 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마주해야 할 PEARL JAM의 참모습은 실로 거대하다. 현재 미국 음악계에서 장르를 막론하고 가장 많은 고정 팬을 거느리고 있는 밴드 PEARL JAM. (힐러리 클린턴과 NBA의 악동 로드맨도 뜻밖에 이들의 영원한 팬이라고.) 1000만장 이상 팔려나간 얼터너티브 계열 최대의 베스트 셀러 <TEN>과 발매 첫주만에 95만장이라는 전무후무한 판매고를 올린 두 번째 앨범 <VS.>. 비평가들의 격찬 속에 NIRVANA와 더불어 시애틀 그런지의 양대 산맥으로 평가받는 PEARL JAM. 이런 객관적 지표들과 함께 PEARL JAM의 음악을 진솔하게 마주하자. PEARL JAM이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는 밴드라는 점은 이미 글의 서두에서 밝혔듯이, 이들의 음악성을 한마디로 정의 내리긴 힘들다. 그러나 PEARL JAM의 음악을 관통하는 특질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분명히 있다. 무엇보다 PEARL JAM의 음악은 이질적인 냄새가 덜하다. 확실히 NIRVANA에 비해 PEARL JAM의 사운드는 좀더 안정감을 준다. 무슨 말인가 하면 그들이 정통 아메리칸 하드락에 그들의 음악적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THE DOORS가 무리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팬들에게 라면 PEARL JAM이 먹혀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또, 다른 시애틀 그런지-얼터너티브 밴드들에 비해 PEARL JAM의 사운드에는 블루스적 Feel이 살아 있다. <ALIVE>를 들어본 팬들이라면 쉽게 수긍할 것이다. PEARL JAM이 음악적으로 성공한 점은 역시 그러한 전통적인 락의 유산들을 바탕으로 펑크와 헤비 메틀적 방법을 통해 분출과 저항의 에너지를 표현해 내었다는 점에 있다.
PEARL JAM이 진정으로 위대했던 점은 단순히 음악적 성분에만 있지 않다. 어쩌면 그들은 NIRVANA 이상으로 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어떤 평자는 PEARL JAM이 너바나 이후를 대표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고 혹평했지만 그것은 편협된 시각이다. PEARL JAM의 음악에는 젊음의 영광과 고뇌, 좌절, 노동자들의 소외와 서러움, 기성에 대한 분노, 인종 차별에의 반대 등 시대 의식을 대변하는 무거운 주제가 담겨 있다. 또 NIRVANA의 자살한 리더 KURT COBAIN은 'Rock'n'Roll에 더이상의 반항은 없다' 고 단언했지만, PEARL JAM은 바로 그 도저히 가망이 없을 것 같은 반항을 감행했다. 첫 앨범 <TEN>의 엄청난 판매고로 성공의 정점에 있을 때, PEARL JAM은 모든 홍보 활동을 포기하고 일체의 싱글이나 뮤직 비디오의 제작을 거부했다. 음반 비즈니스에서, 아니 나아가 현대 사회에서 영상 매체가 갖는 절대적인 영향을 감안할 때 이것은 얼마나 큰 모험이었던가? 그러나 미국의 젊은이들, 락팬들은 PEARL JAM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열광으로 화답했다. 성공의 정점에서 행해지는 반항과 펑크 정신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어 밴드는 판매 대행사인 '티켓 마스터'에 대하여 어린 팬들의 주머니를 혹사시킨다면서 도전을 감행한다. 이 분쟁은 결국 국회 청문회로까지 비화된다. 결국 이 모든 밴드의 행보를 관통하고 있는 것은 고집스러우리 만치 확고한 밴드의 태도와 정신이다. 진정한 얼터너티브가 무엇인지 증명해 보인 밴드가 바로 PEARL JAM인 것이다.
<TEN> 소개
PEARL JAM이라는 밴드의 역사를 생각해 보면 결코 그들이 시류에 영합하여 이름값을 얻은 시시한 무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PEARL JAM의 기원은 전신 밴드인 MOTHER LOVE BONE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애틀 출신의 또 다른 요절한 로커 ANDY WOOD와 STONE GOSSARD와 JEFF AMENT가 주축이 되었던 이 밴드는 NIRVANA의 결성과 거의 같은 시기 창단되어 시애틀 락씬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데뷰 앨범의 발매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헤로인 중독으로 ANDY WOOD가 사망함에 따라 밴드는 해체되고 만다. STONE GOSSARD와 JEFF AMENT는 시애틀 동향 밴드인 SOUNDGARDEN의 드러머 MATT CAMERON과 함께 데모 테입을 만들던 중 우연히 EDDIE VEDDER를 발굴하게 된다. 밴드 SOUNDGARDEN과 함께 고 ANDY WOOD의 추모 앨범 <TEMPLE OF THE DOG>을 발표한 그들은 EPIC 레코드와 발매 계약을 체결한 후 전설적인 데뷔 앨범인 <TEN>을 발표한다. 앨범 발매 직후에는 그다지 주목을 끌지 못했지만 LOORAPALOOZA 92 공연 이후 NIRVANA와 함께 얼터너티브 락의 대표 주자로 부상한다. 당시 MTV에서는 매시간마다 <JEREMY>, <ALIVE>, <EVEN LOW> 등을 방영했다.
<TEN>은 PEARL JAM에 있어서는 출세작이자, 얼터너티브 락의 역사에 이정표가 되는 상징과도 같은 앨범이다. NIRVANA의 <NEVERMIND>가 얼터너티브 락의 도래를 알리는 선언이었다면 PEARL JAM의 <TEN>은 그 얼터너티브 락을 확고한 주류로 자리매김하는 역할을 했다.
<TEN>은 밴드의 이후 앨범들에 비해 정통 하드락의 그림자가 가장 깊이 배어 있는 작품이다. 사운드적 측면에서도 <VS.>가 펑크와 헤비 메탈의 사운드가 주류를 이룬 공격적이고 도전적이었던 것이라면, <TEN>은 보다 명상적이면서 무겁고, 블루스적 이다. 데뷰 앨범이니 만큼 맴버 각각의 연주가 아직 완벽하게 맞물려 들어가고 있지는 못하지만, EDDIE의 보컬은 어느 앨범에도 비할 수 없으리만큼 최고다.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분노와 반항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또 <JEREMY>라는 PEARL JAM, 아니 얼터너티브 락을 대표하는 싱글이 담겨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이 곡은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도 10위권에 진입, 이미 얼터너티브 혁명이 시대적 대세가 되었음을 확고히 했다.
플레이어에 <TEN>을 걸어 놓으면 맨 처음 '나는 지친 영혼'이라는 주술적인 오프닝이 30 여초 간 흐른다. (이 부분은 앨범의 말미에 또 다시 되풀이된다.)곧이어 시작되는 첫 곡은 <ONCE>. 중동 음악같은 느낌을 주는 리프는 레드 제플린 이후 많이 듣게 된 것이다. 락적 전통에 충실한 곡 구성이다. 첫 곡만으로도 이들이 NIRVANA와는 한참 다른 음악을 추구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곡 자체는 힘이 느껴지는 트랙이다. 젊은 회의의 목소리가 곡을 메우고 있다. EDDIE의 보컬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분노를 가감 없이 표현해 내고 있다.
두 번째 곡 <EVEN FLOW>는 이 앨범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 주는 넘버. 넘쳐 나는 상념들과 젊은 날의 고뇌를 표현하고 있다. 가사를 음미해 보면 고뇌 속에 좌절하는 젊음이 아닌 '다시 삶을 시작하는' 건강한 청년 정신을 선언하고 있다. 정통 하드락의 냄새가 짙게 배어 있는데, 타이트하게 몰아붙이는 펑크적인 연주보다는 어딘가 '정제된 영혼을 진혼하는' 사운드를 추구하고 있다. 이 시기 PEARL JAM의 곡들이 거의 그렇지만 여러 번 듣고 음 자체에 익숙해지고 나면 열광적으로 듣게 되고 마는 곡이다. 라이브 장면을 담은 비디오 클립도 볼거리이다. 최고라고 평가받는 PEARL JAM의 라이브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진지하게만 보이는 EDDIE가 보여주는 뜻밖의 헤드 뱅잉도 멋있다. 다음 곡 <ALIVE>는 <JEREMY>와 함께 <TEN>시대 PEARL JAM의 음악을 상징하는 트랙이다. <ALIVE> 로고가 들어간 티셔츠도 흔히 보았을 것이다. 블루지한 느낌은 단연 이 앨범 내에서 최고다. 시애틀 그런지 밴드의 곡치고는 상당히 긴 기타 솔로를 들려주고 있기도 하다. (Lead Guitars - MIKE MCCREADY). 곡 자체는 역시 젊음의 고뇌를 심도 깊게 그리고 있고, '질문할 여지도 없이, 나는 존재할 가치가 있다',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외침이 호소력 있게 파고든다.
네 번째 곡은 <WHY GO>인데, 이 곡은 <TEN> 수록곡 중에서 상당히 펑크적인 리프를 들려주고 있는 넘버이다. 가장 먼저 귀에 와닿는 JEFF AMENT의 BASS 연주는 이후 <VS.> 시대부터 크게 강화된다. 그루브감 넘치는 사운드는 <VS.>의 히트 싱글 <GO>와도 닿아 있다. PEARL JAM은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곡을 반드시 들어볼 것을 권한다. 농담처럼 PEARL JAM의 <TEN>은 왠지 '서태지'적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가족에 반항하는 가사가 많은 탓이다. 이 곡은 가사가 그다지 길지 않은 편이라서 참고로 해석을 덧붙인다.
<WHY GO>
그녀는 돌 벽을 긁어 편지를 쓴다.
언젠가 또 다른 어린아이가 지금 그녀처럼 외롭게 느끼지 않게 하려고.
그들이 그녀를 이곳에 처박은 지는 2년이나 되었다.
그녀는 멍청한 놈들에게 진단 받았고, 그녀의 엄마는 동의했다.
왜 집에 가야 해?
그녀는 더 강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이 그녀에게 바랬던 것은 약해지는 것.
이봐, 그녀는 가식할 수도 있었고, 놀이에 끼여들 수도 있었다구.
그녀는 또 하나의 시키는 대로만 하는 기계일 수도 있었어..
집에 가지 않을 거야!
내게 뭘 가르치려는 거야, 날 여기 처넣어 둬, 찾아오지도 마, 엄마!
집에 가지 않을 거야!
<WHY GO>의 흥분을 삭이듯 다음 곡은 발라드 적인 또 다른 히트 싱글 <BLACK>이다. 사랑의 아픔과 상실의 고통을 그리고 있는데 우울한 정서가 돋보이는 곡이다. 앨범 수록곡 중에서 가장 대중성이 돋보이는 곡이기도 하다. <BLACK>이 끝나고 나면 인상적인 베이스 인트로와 함께 90년대 락의 영원한 송가, PEARL JAM 최고의 명곡 <JEREMY>가 시작된다. 앨범 내에서도 이 곡은 단연 돋보인다. 교실에서 자살한 JEREMY란 아이를 그려내면서 가정 내에서의 소외와 청소년 문제를 다루고 있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초반부에서부터 EDDIE의 보컬은 그야말로 폭발하듯이 터져나온다. 이 곡의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후반부이다. 긴 연주와 함께 코러스가 마치 산 정상에 올라가 조망하는 듯한 확트인 느낌을 준다. 이미 본 사람도 상당히 많으리라고 생각하지만, <JEREMY>의 비디오 클립도 원곡만큼이나 유명하다. 당시 MTV VIDEO MUSIC AWARD에서 <JEREMY>의 비디오는 최우수 비디오, 최우수 그룹 비디오, 최우수 메탈/하드락 비디오, 최우수 연출 등 무려 4개의 트로피를 차지했다.
다음 곡 <OCEAN>은 제목과 마찬가지로 대양의 느낌을 준다. 정과 동이 교차되면서 바다가 때론 평온하게, 때론 격렬하게 휘몰아치는 느낌을 잘 표현해 내고 있다. 앨범 속지에 실린 가사도 파도처럼 구불구불 적어 놓은 점이 재미있다. 8번 째 곡은 <PORCH>. EDDIE의 보컬과 함께 시작하는 인트로가 지나고 나면 곧 이어 사운드가 폭발하듯 강렬해진다. 9번째 곡인 <GARDEN>은 신비스럽기까지 한 인트로가 매우 인상적이다. EDDIE의 보컬도 주술적인 느낌이 강하다. 코러스 부분도 멜로디 자체는 락적 전통에 충실하지만 PEARL JAM의 곡답게 긴장감을 지속시키고 있다. 이어지는 곡은 <DEEP>이다. 인트로 부분부터가 PEARL JAM의 곡치고는 색다른데, 마치 후기 POISON을 듣는 듯한 사운드다. EDDIE의 보컬은 마치 JIM MORRISON 같이 들린다. 토해 내듯 절규하는 외침에서부터 읊조리는 듯한 부분까지 많은 부분이 그런 느낌을 준다. 앨범의 대미를 장식해 주고 있는 곡은 <RELEASE>인데, 인트로 부분은 영락없이 THE DOORS의 <THE END>를 닮았다. PEARL JAM의 앨범들은 거의 이런 식으로 깊고 명상적인 느낌을 주는 트랙들로 마무리짓고 있다. 다음 앨범의 <INDIFFERENCE>나 3집 <VITALOGY>의 <IMMORTALITY>가 그러하다.
가장 진보된 얼터너티브 레코드
<VS.> 소개
PEARL JAM의 두 번째 앨범인 <VS.>를 마주할 때면 서포모어 징크스니 하는 말들이 죄악같이 느껴진다. 음악적으로 확실한 변화를 추구했으면서도 대중의 폭발적 호응을 이끌어 낸 드문 명반이다. PEARL JAM은 첫 앨범의 엄청난 성공이 그들에게 주었던 외압과 구속을 토로하면서 그러한 것들에서 자유롭고자 하는 밴드의 의지를 앨범 <VS.>를 통해 표현해 내었다. <VS.>에서 PEARL JAM은 큰 변화를 보여주는데, 일단 <TEN>에서 그들이 보여 주었던 형식미의 안정성을 포기하고 마음껏 분출하는 펑크적 에너지를 음악의 중심축으로 삼는다. 그것은 얼터너티브 계열의 마이다스의 손인 BRENDAN O'BRIEN으로 프로듀서가 바뀌면서 초래된 변화이기도 하다. (BRENDAN O'BRIEN은 STONE TEMPLE PILOTS과 SOUNDGARDEN을 프로듀서해 낸 거물이다.) 맴버들의 연주는 상당히 잘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했고, JEFF AMENT의 BASS 사운드가 크게 강화되었다. EDDIE의 보컬은 내부의 외침을 여과없이 분출해 내던 방식에서 테크닉이 가미된 보컬 스타일로 변화했다. 그러면 가장 진보된 얼터너티브 앨범으로 평가받는 PEARL JAM의 <VS.>를 감상해 보자.
우선 PEARL JAM의 변화를 가장 웅변하고 있는 첫 곡 <GO>. 첫 싱글로 무난히 락 트랙 차트 정상을 밟았다. 인트로의 강력해진 BASS와 복잡한 비트의 드럼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첫 곡부터 거침없는 흥분으로 몰아가고 있다. MIKE의 리드기타도 <TEN>시절과는 크게 다르다. 제법 헤비하고 공격적인 사운드를 만들어 내고 있다. 다음 곡인 <ANIMAL>은 이 앨범 수록곡 중 가장 우수한 트랙의 하나이다. PEARL JAM의 연주가 이처럼 훌륭했던 적은 없었다. 첫 곡 <GO>의 흥분이 계속해서 고조되고 있으며, 육감적인 그루브는 가히 환상적이다.
어쿠스틱한 기타 사운드로 시작되는 세 번째 곡 <DAUGHTER>는 아름다운 맬로디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히트 넘버이다. PEARL JAM의 어쿠스틱 곡들의 특징은 결코 '편안'하지 않다는 것. TIME지의 표현을 따르자면 '달콤하면서 또한 위험'하다. 날카로운 암시를 통해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사는 일반적으로 PRO-CHOICE(낙태 옹호)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5번째 트랙인 <DISSIDENT> 역시 싱글 커트 되었던 히트곡으로서 국내에서도 한동안 헤비 로테이션 되었던 곡이다. 훅이 가득든 발라드이지만 강렬하게 무언가를 갈망하는 EDDIE의 보컬이 영혼을 뒤흔든다. 다음 곡인 <W.M.A.>는 잘 알려진 PEARL JAM의 인종 차별 반대 곡.(W.M.A.는 White Male American의 약자이다.) GREEN이라는 흑인을 구타하여 죽인 경찰을 비난하고 있다. 리듬 섹션이 빛나고, JEFF의 베이스가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8번째 트랙인 <REARVIEWMIRROR>는
이 앨범 내 최고의 성과작이다. 언뜻 들으면 잘 귀에 들리지 않지만 반복해서 듣다 보면 이 곡에 숨겨진 중독적인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많은 PEARL JAM 팬들에게 <JEREMY> 이상의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PEARL JAM의 <TEN>과 <VS.>에 대하여 대략적으로 소개해 보았다. PEARL JAM이 시애틀 그런지-얼터너티브 계열에서 갖는 위상이 독보적이듯, 그들의 음악은 한국 락팬들의 냉소적인 반응이 납득가지 않을 만큼 충분히 훌륭한 것이다. 필자가 이번 회를 쓰고 있는 동안 PEARL JAM의 새 앨범인 <YIELD>가 발매되어 참으로 시의 적절했던 점이 가장 기뻤다고 회고된다. 반면 다소 난처했던 점도 있었는데, PEARL JAM이 새 앨범 <YIELD>를 발매하면서 2집 <VS.> 이후 중단해 왔던 홍보 활동과 비디오 클립 제작 등을 다시 시작한다는 소식를 들었던 것이다 .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뮤지션들에게 펑크 윤리를 꼭 강요해야 하는 것인지 필자로서는 의문인데가, 변절이니 굴복이니 할 것없이 이젠 PEARL JAM이 꼭 반항의 기수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밴드'로서 팬들에게 다가서는 것도 괜찮은 일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이 연재는 어차피 얼터너티브 나아가 1990년대 ROCK의 유산들에 대한 소개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자신이 관심이 있는 밴드라기 때문에 읽기보다는 꾸준히 관심을 갖고 한 장 한 장 사모으면서 직접 들으면서 읽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솔직한 욕심이다. 지금까지의 연재가 한국에도 많은 이름 값이 있는 밴드들에 대한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상대적으로 덜 인기가 있었던 밴드들을 다루게 될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이러한 부탁을 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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